정유소가 백 년 넘게 반복해 온 동작이 있다. 가열이다. 원유는 350도 이상까지 달궈지고 일부가 기화하며, 단계별 응축을 거쳐 가솔린과 등유와 나프타로 나뉜다. 전 세계 원유 증류는 매년 약 1100테라와트시의 에너지를 소모한다. 대형 발전소 약 130기의 연간 발전량에 맞먹는 규모다. KAIST와 조지아공과대 팀이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는 바로 이 고지서를 겨냥한다.
해답은 거의 농담처럼 들린다. 산업 여과에서 가장 흔하고 저렴한 고분자 중 하나인 폴리아크릴로니트릴(PAN)의 무코팅 막이 상온에서 원유를 분리한다. 업계 통설은 분자 수준 정밀 분리에는 극박이며 비싼 특수 코팅이 필수이고, 대면적 제작에서 결함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막 기술이 연구실을 못 벗어난 큰 이유다.
전환점은 원유가 세공을 통과하는 순간 온다. 중질 탄화수소 분자가 기공 벽을 따라 쌓이며 개구부를 2나노미터 미만으로 좁혀 간다. 나프타, 가솔린, 등유 같은 경질 분은 스스로 만들어진 좁은 통로를 빠르게 통과하고, 중질 분은 크게 뒤처진다. 요컨대 원유는 막을 흐르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분리할 통로를 스스로 건설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를 복잡한 혼합물과 상호작용하는 막이 자발적으로 분리 통로를 형성하는 새로운 원리로 정리했다.

재미있는 부분은 여기부터다. 이 퇴적 현상에는 여과 교과서에서 결코 예쁘지 않은 이름이 붙어 있다. 파울링. 성능을 떨어뜨리고 세척과 교체를 강요하며 수많은 막 프로젝트를 가라앉힌 숙적이다. 이번 연구에서 정확히 같은 물리가 선택성의 원천이 된다. 결함을 기능으로 바꾸는 발상의 역전이 심사를 통과한 드문 사례다.
숫자도 설득력이 있다. 무코팅 막의 원유 투과 속도는 기존 선도 설계의 약 23배에 달했고, 28일 연속 안정 운전을 기록했다. 단발의 화려한 결과보다 연속 가동 여섯 달에서 많은 막 기술이 죽어 왔다. 조지아공과대의 라이블리 교수는 직설적으로 말했다. 낮은 생산성이 이 분야의 핵심 장벽이었고, PAN 막은 산업계가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할 수준까지 그것을 끌어올렸다고.
에너지 계산은 공정 시뮬레이션에 근거한다. 기존 증류 설비 상류에 막 모듈을 추가하면 에너지 소모 약 31.6%, 이산화탄소 배출 약 37.6%, 냉각수 사용 약 20.7%, 운영 비용 약 36%를 줄일 수 있다는 것. 한국의 정유·석유화학 부문 전체에 적용하면 연간 약 1천만 톤의 온실가스 배출을 피할 수 있고, 이는 내연기관 차량 약 400만 대의 연간 배출량에 해당한다. 어디까지나 모델 계산이지 실제 정유소의 실측이 아니며, 이 구분은 중요하다.
구조 설계도 화학만큼 영리하다. 아무것도 허물 필요가 없다. 막은 전처리 단계로 작동해, 나머지가 가열로에 도달하기 전에 경질 분을 상온에서 걸러 낸다. 검증된 설비의 부담을 덜어 주는 후부착형 경로는, 기존 인프라의 전면 교체보다 보수적으로 유명한 업계에 훨씬 팔기 쉽다.

원유가 연료만은 아니라는 점도 기억할 가치가 있다. 플라스틱, 포장, 섬유, 매대에 놓인 수많은 일용품의 출발점이 정유소다. 정제 비용은 그 가격으로 전이된다. 세계에서 가장 에너지를 많이 쓰는 공정 중 하나의 효율을 높이는 기술은 소비자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진열대의 거의 모든 값에 나타난다.
과학적 교훈은 석유를 넘어 이어진다. 막 연구는 수십 년 동안 코팅 최적화에 힘을 쏟았다. 여기서의 답은 코팅을 아예 벗겨내고 공정 화학 자체에 정밀 구조를 설계하게 하는 것이었다. 촉매와 결정화에서도 비슷한 역전이 있어 왔다. 연구자에게 주는 교훈은 불편하지만 유용하다. 결함을 제거하기 전에, 그 결함을 고용할 수 있는지 먼저 물어라.
다음 과제는 명확하다. 막의 대량 생산 기술, 장기 신뢰성 검증, 그리고 열분해유 처리, 전지 제조의 용매 회수, 의약품 정제, 바이오연료 생산 같은 인접 분야 확장. 네이처 게재에서 산업 설비까지는 증산 경제성, 안전 인증, 수년의 파일럿 데이터가 놓여 있다. 그래도 방향성은 스스로 서 있다. 가열 없는 분리, 기능이 된 파울링, 정밀한 일을 해내는 저렴한 재료. 세 가지 이설이 하나의 일관된 이야기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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