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중요한 선을 긋자. 공룡의 피가 발견된 것도 아니고, 부활로 가는 서막도 아니다. 검출된 것은 헴 같은 분자의 화학적 흔적과, 광물로 대체된 뒤에도 형태를 유지한 미세 구조다. 혈액의 세포 성분은 죽음 뒤 며칠 안에 무너지기 시작한다. 1억 년을 넘겨 남을 수 있는 건 유난히 안정적인 분자 골격 일부와, 그것이 어디에 봉인돼 있었는지라는 위치 정보뿐이다.

표본은 브라질 북동부 로무알두 층에서 나왔다. 물고기·거북·익룡이 정교하게 보존되기로 유명하고 공룡 재료는 오히려 드문 산지다. 주인공은 약 1억 1500만 년 전, 몸길이 3미터 안팎의 작은 깃털 수각류 아라타사우루스 무세우나시오날리다. 연구팀은 특히 보존이 좋은 뒷다리 일부를 얇게 잘라 주사전자현미경으로 뼈 내부를 들여다봤다.

보인 것은 혈관관 안, 즉 살아 있을 때 혈관이 지나던 가는 통로 속이었다. 형태보다 이쪽이 결정적이다. 타원체가 표면이나 균열에 흩어져 있었다면 나중에 스며든 광물로 설명이 끝났을 것이다. 그런데 혈관관에 모여 있고 주변 퇴적물에는 같은 구조가 없다. 외부 오염이라는 쪽은 힘이 확 빠진다. 위치 자체가 증거가 되는 셈이다.

다음은 화학이다. 원소 영상은 타원체에 철·탄소·질소가 많음을 보여 헴 구성과 맞아떨어졌다. 레이저 산란을 이용한 분석은 헴의 전구체이자 분해 산물인 고리형 유기화합물, 곧 포르피린류를 가리켰다. 팀은 또 뼈 추출물을 분리·동정해 엽록소처럼 식물에서 온 포르피린 섞임을 일부러 배제했다. 콜라겐과 관련된 아미노산도 검출됐다.

그렇다면 왜 시간에 지워지지 않았을까. 논문이 드는 단서는 타원 구조 안에서 발견된 하우스마나이트라는 망가니즈 산화물이다. 화석화 과정에서 타임캡슐처럼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채우고, 다음에 안정시키고, 산화와 가수분해가 끝나기 전에 남은 유기 분자를 감싸 버렸다는 그림이다. 여기에 퇴적물에 급히 묻히고, 산소가 적으며 미생물 매트가 덮은 환경이 초기 분해를 늦췄으리라는 추정이 붙는다.

1억 1500만 년 뒤에도 남은 헴: 공룡 뼈 하나가 '얼마나 보존될 수 있는가'를 다시 썼다 配图 1
FIG.01 · James St. John · CC BY 2.0

이 설명이 필요한 데는 고생물학의 유명한 교훈이 있다. 1997년, 한때 화석 적혈구로 불린 작은 구체들을 다시 살펴본 연구자들은 그것이 죽은 뒤 뼈에 침전된 황철석임을 밝혀냈다. 화석화 도중 자란 광물은 살아 있는 구조와 소름끼칠 만큼 닮은 모양을 만든다. 그때 나온 비공식 기준이 '현생 근연종과의 형태 대조'와 '특징적인 생체지표'를 함께 갖추라는 것. 닮았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교훈이다.

이번 연구는 바로 그 기준에 답하고 있다. 저자들은 형태, 해부학적 위치, 원소 조성, 분자 신호를 동시에 내놓았음을 강조하고, 하우스마나이트는 생체 재료가 사라진 뒤 자리를 메운 단순 광물이 아니라 안정화와 보호에 관여했다고 주장한다. 논의의 무게중심이 '닮았다'에서 '왜 남았는가'로 옮겨갔다. 스무 해 전보다 발판이 단단해진 지점이다.

그래도 의문은 사라지지 않았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분자고생물학자가 공개적으로, 영상 속 구조만으로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생 조류와 파충류의 적혈구는 핵을 간직해 뚜렷한 부풂이 있는데 이번 타원체는 오목해 보이고 대부분의 비포유류 적혈구보다 작다는 지적이다. 동시에 여러 분석 기법을 겹쳐 쓴 태도는 높이 평가하며 흥분할 만한 진전이라고도 했다.

이런 갈라짐은 오히려 건강하고, 그대로 주장의 한계를 표시한다. 전부 표본 하나, 동물 한 마리 위에 얹혀 있다. 보편 현상인지 극단적 예외인지를 가르려면 다른 팀이 비슷한 지층과 다른 소장 표본에서 비슷한 결과를 재현해야 한다. 화석 하나는 강한 가능성을 던질 수는 있어도 일반 규칙을 떠받치기엔 부족하다.

1억 1500만 년 뒤에도 남은 헴: 공룡 뼈 하나가 '얼마나 보존될 수 있는가'를 다시 썼다 配图 2
FIG.02 · Tadeáš Bednarz · CC BY-SA 4.0

'생체 분자가 얼마나 오래 가는가'라는 말도 조심스레 다뤄야 한다. 뒤집힌 것은 헤모글로빈 유래 분자는 깊은 시간을 넘지 못한다는 교과서적 전제이지, 분자가 특별한 능력을 얻었다는 발견이 아니다. 정확히는 조건부다. 특정 광물과 매장 조건이 맞물릴 때 검출 가능한 분자 신호가 남을 수 있다. 문장의 주어는 어디까지나 조건이다.

이 경로가 검증되면 파급은 두 방향으로 나간다. 분자 수준 고생물학은 뼈 형태만으로는 좀처럼 되짚기 어려운 혈액, 대사, 나아가 활동량 정보에 곁증거를 얻을 수 있다. 천체생물학에는 실무적 시사점이 생긴다. 알맞은 광물 환경에서 연약한 생체 신호가 1억 년 넘게 버틴다면, 극한 환경에서 어느 암석을 집고 어느 분자를 재야 할지라는 탐색 설계 자체를 넓혀야 한다.

그리고 아주 현실적인 여파가 박물관 서랍에 있다. 전 세계 수장고에는 번호가 붙고 형태는 기재됐지만 분자 수준으로는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은 화석이 잔뜩 누워 있다. 보지 않은 건 어차피 안 나온다고 전제했기 때문이다. 그 전제가 느슨해지면 오래된 표본을 다시 읽는 일의 비용 대비 효과가 갑자기 좋아진다. 다음 걸음이 새 발굴이 아니라 낡은 서랍의 다른 읽기일 수도 있다.

일반 독자가 가져갈 것은 '1억 1500만 년'이라는 숫자보다 판단하는 습관이다. 놀라운 주장을 만나면 먼저 증거가 몇 종류이고 서로 독립적인지 묻고, 다음에 대안 설명이 나왔는지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표본이 몇 점인지 본다. 형태는 광물이 위조할 수 있고 화학 신호는 오염으로 흐려지며 단일 발견은 뒤에 수정된다. 신뢰성은 결론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계속 흠을 찾는 이 손버릇에서 나온다.

그래서 지금 이 뼈의 의미는 답이 아니라 질문으로 적는 편이 정직하다. 알맞은 광물과 알맞은 매장 조건 아래에서, 한 구의 유해는 오늘까지 얼마나 많은 정보를 실어 나를 수 있는가. 하우스마나이트는 후보 기구를, 헴은 다른 연구실이 대조할 수 있는 한 벌의 신호를, 동료들은 아직 닫히지 않은 의문을 내놓았다. 나머지는 다음 표본과 다음 장비의 몫이다.